[4차 산업혁명 르네상스 부산] "과학·기술·공학·수학, STEM 분야 강화…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튼튼한 뿌리 만들 것"

입력 2017-05-25 15:49  

김영섭 부경대 총장


[ 김태현 기자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공하려면 기존 산업에 제대로 된 새 옷을 입혀야 합니다. 덤벙대지 말고, 차근히 준비하고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합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은 새로운 산업이긴 하지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 산업에 대학과 기업, 정부와 연구소가 함께 제대로 된 협력을 이뤄내면 지식생산국으로 옮겨타면서 국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우선 4차 산업에 대비하기 위해 커리큘럼과 대학 교육 방향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뿌리가 튼튼해야 좋은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학을 베이스에 깔고 제어시스템과 전기전자, 정보기술(IT) 융합, 바이오신소재 학과를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구체화하려고 준비하고 있죠. 학생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5개의 융합전공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은 국내 최초로 과학기술융합전문대학원을 가동 중입니다.”

그는 대학의 4차 산업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제대로 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 수가 줄고 등록금이 동결되는 등 수익 구조가 뻔해 교육 시스템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교수당 학생 수가 제일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식 수업과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펼치고 싶어도 평균 30명 이상이 참가하는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힘들고 연구실도 부족하다고 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과주의에 그치지 말고 대학이 스스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출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산학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4차 산업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부경대는 교수들이 기업을 찾아가 지원하고 협력한다. 물류와 마케팅 등의 업체들이 필요한 빅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어장관리와 선박관리에서도 함께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내고 있다. 김 총장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기업은 무서워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도록 대학이 함께 연구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도 법인신고 때 세금을 받지 않고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취업률을 올리고 실업률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경대는 스타트업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남구 용당동에 있는 캠퍼스 34만㎡ 전체를 ‘드래곤 밸리’로 조성하고 있다. 전국 제1의 모범캠퍼스로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250개 사가 자리를 잡았다. 내년에는 학교 교육시설을 남구 대연동 캠퍼스로 이전하고 500개 사로 늘릴 예정이다. 고가의 실험 실습 장비를 갖추고 교수와 연구소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세계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김 총장은 “해양 LED(발광다이오드)와 부식제어 분야는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을 투입해 기업에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해양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지속적으로 해양 수산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유엔세계수산대학 유치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연안국 엘리트들을 교육해 전략적 파트너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김 총장은 “10~20년이 지나면 한국 수산전문가들이 해양자원 외교를 담당하고 해양영토 확장에서도 룰을 마련해 해양과 수산 조선산업을 이끌 것”이라며 “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와도 수산교육 및 석사과정의 교환교육과 공동연구를 하면서 해양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대학과 기업, 정부는 반성하며 그동안의 잘못된 과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교수들이 사회를 위해 성실하게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나서고, 기업은 대학이 개발한 기술과 인력을 싼값에 가져가지 말고 인재를 키우고 협력을 통해 연구할 수 있도록 인력육성 자금을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는 행정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책임지고 중장기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목적에 맞도록, 그리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투톱 시스템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합니다.”

김 총장은 리더들이 새롭게 태어나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차 산업까지는 산업 변화가 예측되는 수준이었지만 4차 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융합하며 판이 완전히 바뀌는 시대”라며 “리더 한 명의 생각과 실천이 기업과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에 들어선 만큼 새로 배우고 주 단위로 세계 트렌드를 점검하고, 혼자 대응할 수 없으면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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